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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매일 저녁마다 남편이 퇴근하던 시간이 되면 게걸스럽게 마티니를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차 병을 따는 시간이 빨라졌고 급기야 남편이 집을 나서던 이른 아침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종이의 한가운데에 마치 글자로 밭고랑을 파 놓은 것처럼 짧은 시구절이 몇 줄 있었다.
이 책에는 아르튀르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이 시들이 말을 배열하는 방식을 보고 감탄했고 또 혼란스러웠다. 익숙한 단어들이 구슬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꿰어져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들었고 흔한 것의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단순함의 고귀함을 볼 수 있게 했다.
위켄드는 매일 조금씩 녹에 갉아 먹히고 있었다. 마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영혼처럼.
혹시라도 그녀는 예스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두려움이 이겼기 때문이다.
이때 아르튀르 드레퓌스가 쟈닌 푸캉프레즈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다정한 행동에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그는 진심으로 슬펐다. 분노는 나중의 일이었다. 그녀가 느꼈을 그 고통, 그 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그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바로 그녀를 끌어안아 주는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서.
사람을 세련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경험이다.
때로는 침묵도 말만큼 폭력적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녀는 단순한 삶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아주 희미하게 찰칵 하는 소리가 나자, 이 미세한 소음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신호음이 되었다.
좀 더 일찍 어머니를 보러 왔어야 했다.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하고, 기술 점검을 해야 하고, 스쿠터의 점화플러그를 청소해야 한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제일 마지막으로 미뤄 뒀던 것을 뉘우쳤다. 모든 것이 허무했다. 그는 그야말로 순수하고 위험한 곳에서 표류하고 있는 어머니를 비로소 마주하며 생각했다. 나는 나쁜 아들이야. 수치심이 단검이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문고판 한 권보다 샌드위치값이 더 비싼 세상이니 말이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꿈꾸는 것도 정말 필요한 일이거든.
그래도 작가들 덕에 꿈을 꿀 수 있어. 말은 우아함을 되찾고, 강수량과 평균기온 10도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 마침내 시가 된단다.
사랑스러운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욕망이며, 두려울 때가 오더라도 인생을 구할 수 있는 노래 하나는 반드시 있는 법이라고 어린 소녀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고마워.’ 시인 폴랭은 온갖 시어를 멋지게 조합하면서도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분명 귀하고 소중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완벽하게 아름다운 말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자신을 버릴 때 동시에 자신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잠이라는 그 은총과 같은 휴식에서 깨어나지 않고 싶고, 수채화처럼 희미해지고 싶고, 자취를 감추고 날아가 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을.
모든 것에 대한 환멸도, 견딜 수 없던 공포와 도사리고 있던 암흑도 같이 토해 냈다.
수년간 아르튀르 드레퓌스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나무 꼭대기만 쳐다보느라 바로 그사이 어머니가 자신의 발치에서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 그래서 그는 울기 시작했다. 굵고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 아침에 쟈닌 푸캉프레즈가 속삭이며 말했듯이, 마치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은 어린아이의 눈물 같았다. 엄마도, 아빠도, 어마어마한 사물의 부드러움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은 소름이 끼친다. 그 사랑의 목표가 이별이기 때문이다.
지글거리는 돼지갈비에서는 아까부터 짙은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다들 가만히 있었다.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가 남긴 시구였다. ‘모든 날개가 느끼는 기다림은 같다. 날개가 강할수록 여행은 길어진다.’
둘이 함께 산 마지막 날이자 온전히 함께한 첫날이었던 그날, 아르튀르 드레퓌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순수한 행복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다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행복해 하는 것이었다.
밤이 되었다. 밖에서는 그림자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짐승과 사람을, 그리고 모든 죄악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은 그림자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반짝이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들을 눈으로 이야기했다.
곧이어 검은 외로움이 그를 집어삼켰다.
만물의 질서를 깨뜨리고 사람을 늙게 만드는 것은 폭력과 은총이었다.
어머니의 발치에서 새로운 말, 새로운 말의 조합을 들려주었다. 이렇게 그는 말의 외투를 벗었다.
이제 그는 우리가 결코 우리가 가진 무언가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타인의 부족한 한 조각인 것이다.
그는 우리가 원치 않았는데도 가끔 저지르게 되는 죄악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어려운 일이었고 눈물 때문에 이따금씩 단어가 녹아내리고 음절이 흐물거렸지만, 그래도 내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그녀가 나를 어떻게 가르쳤는지도 말해 줄 거예요.
“이제 그는 우리가 결코 우리가 가진 무언가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타인의 부족한 한 조각이다.”'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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